저는 원래 철저한 호텔파였습니다. 조식 뷔페, 매일 청소, 컨시어지. 이게 여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풀빌라는 관리 안 되는 숙소라는 편견도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이번 다낭에서 전향했습니다. 전향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적어보겠습니다.



계기는 인원이었습니다. 친구 부부 세 팀, 여섯 명이 모이니 호텔 방 세 개가 필요했고, 계산해 보니 5베드 풀빌라 한 채와 비슷한 돈이더군요. 게다가 호텔은 방 세 개 값에 방 세 개가 전부지만, 빌라는 같은 돈에 거실과 주방과 마당과 전용 수영장이 딸려 옵니다. 숫자로는 이미 빌라가 이기고 있었는데, 저는 반신반의로 빌라를 잡았습니다. 서비스 품질이 숫자에 안 잡힌다고 믿었으니까요.
첫날 밤에 알았습니다. 호텔이었으면 로비에서 헤어져 각자 방으로 갔을 시간에, 우리는 수영장에 발 담그고 새벽 두 시까지 떠들고 있었어요. 여섯이 모인 목적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는데, 호텔은 구조적으로 그 시간을 잘게 쪼개고 빌라는 그 시간을 통째로 줍니다. 여행 와서 이 시간을 돈 주고 산 거였구나 싶었습니다.
둘째 날부터는 각자의 리듬이 생겼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팀은 수영을 했고, 늦잠 팀은 방에서 나와 바로 커피를 내렸고, 점심엔 다 같이 배달 음식을 시켰습니다. 호텔이라면 "로비에서 몇 시에 만날까"를 매번 조율해야 했을 텐데, 빌라에서는 그냥 거실에 모이면 됐습니다. 이 사소한 차이가 나흘 내내 쌓이니 컸습니다.
물론 호텔의 장점이 그립긴 했습니다. 조식은 배달과 과일로 때웠고, 청소는 체크아웃 때 한 번. 수건을 매일 갈아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서비스 받는 느낌은 확실히 호텔이 위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부턴 이렇게 갑니다 — 앞 2박 시내 호텔로 관광 몰아서 하고, 뒤 2박 풀빌라로 휴양. 알아보니 이런 조합으로 다니는 분들이 원래 많다더군요. 호텔의 서비스와 빌라의 시간을 둘 다 갖는 방법입니다.
비용 얘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하겠습니다. 호텔 방 세 개는 조식 포함 조건으로 계산했고, 빌라는 총액제 견적이었습니다. 단순 숙박비는 비슷했지만 숨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호텔이었으면 여섯 명이 모일 때마다 라운지나 바에서 지출이 생겼을 텐데, 빌라에선 마트 맥주로 해결됐습니다. 모임 비용까지 계산에 넣으면 빌라의 승리 폭은 더 커집니다.
전향자로서 한 가지 고백하자면, 매일 청소가 없는 건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하루 종일 수영장과 거실에 있으니 방은 잠만 자는 곳이었고, 수건도 넉넉히 비치돼 있어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호텔에서 누리던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방에 머무는 시간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는 걸, 방에 안 머무는 여행을 해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2인 도심 여행이면 여전히 호텔을 권합니다. 서비스 밀도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4인이 넘고 여행의 목적이 "모이는 것"이라면, 전 호텔파였던 사람으로서 말씀드립니다. 빌라 가세요. 저처럼 첫날 밤 수영장에서 전향하게 될 겁니다.
참고로 저와 같은 호텔파 친구가 이번에 셋 더 전향했습니다. 전향은 논리가 아니라 첫날 밤 수영장이 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