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로 다낭을 골랐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의아해했는데, 다녀온 지금은 제가 주변에 권하고 있어요. 특별한 걸 한 게 없는데 특별한 여행이 됐거든요. 그 이유를 적어볼게요.



저희는 2베드 커플 빌라였어요. 크지 않지만 둘이 쓰기엔 오히려 아늑했고, 밤에 풀 조명 켜고 수영하던 순간은 아마 오래 기억날 것 같아요.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 조명이 물결 따라 흔들리는데, 그 안에 둘만 있다는 게.. 리조트 수영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더라구요. 테라스가 서향이라 해질 무렵 수영장에 노을이 내려앉는데.. 그 시간엔 둘 다 말이 없어졌어요. 매일 6시쯤이면 약속한 것처럼 테라스에 나가 앉았어요.
도착했을 때 침대에 꽃장식이랑 와인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남편이 예약하면서 몰래 부탁했다고 하더라구요. 문 여는 순간 소리 질렀네요.. 이런 세팅이 된다는 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크겠다 싶었어요. 신혼여행 준비하시는 분들은 예약할 때 허니문이라고 꼭 말씀하세요. 조식 재료를 채워주는 옵션도 있어서 아침마다 남편이 테라스에서 계란을 구웠는데, 그 서툰 아침이 호텔 조식 뷔페보다 좋았어요.
낮에는 호이안 다녀오고, 해 지기 전엔 무조건 빌라로 돌아왔어요. 호이안 구시가에서 소원배 띄우고 등불 사진도 찍었는데, 예쁜 곳이지만 사람이 많아서.. 오히려 빌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 집 가자"라는 말이 나왔을 때 웃음이 났어요. 여행 3일차에 숙소를 집이라고 부르게 되는 곳은 처음이었어요.
하루는 커플 마사지를 빌라로 불렀어요. 관리사 두 분이 오셔서 테라스에서 받았는데, 파도 소리 대신 우리 수영장 물소리를 들으면서 받는 마사지도 나쁘지 않더라구요. 나가는 일정을 하나씩 줄이고 빌라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린 게 이번 여행에서 제일 잘한 일이었어요.
신혼여행은 일정을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거라는 말, 빌라에 있어보니 알겠더라구요. 관광지 사진은 몇 장 없는데 테라스에서 찍은 사진만 수백 장이에요. 그게 저희 신혼여행의 답이었던 것 같아요.
먹는 것도 저희답게 했어요. 밖에서 사 먹는 날도 있었지만, 마트에서 장 봐서 둘이 요리한 저녁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신혼집에서도 안 해본 요리를 여행지 주방에서 처음 같이 했거든요. 서툴게 만든 파스타를 수영장 옆에서 먹는데, 이게 신혼여행이구나 싶었어요. 호텔이었으면 절대 없었을 장면이에요.
사진 팁도 하나 남길게요. 해질 무렵 테라스 쪽에서 수영장을 배경으로 찍으면 조명 없이도 화보가 돼요. 삼각대 하나 챙겨가시면 둘만의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어요. 남한테 부탁 안 해도 되는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게, 사진에서도 티가 나더라구요.
마지막 날 아침엔 둘 다 말없이 수영장에 한 번씩 들어갔다 나왔어요. 뭔가 인사하는 기분으로요. 공항 가는 차에서 남편이 "우리 1주년에 또 올까"라고 했는데, 그 말이 이 여행의 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미 1년 뒤 달력에 표시해 뒀어요.
커플 빌라는 수가 적어서 빨리 마감된대요. 저희도 원하던 날짜에서 하루 밀렸었거든요. 신혼여행 날짜 잡히신 분들은 서두르세요. 그리고 예약하실 때 꽃장식, 잊지 마세요.. 그 순간이 여행 전체를 물들여요.